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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8. 그외

공부하는 엄마들

Lujee 2020. 1. 23. 15:11

인문학 초보 주부를 위한 공부 길잡이라는 부제가 있는 책이다. 마포 서교동에 있는 대안연구공동체에서 공부하는 3명의 주부가 자신이 공부를 하게 된 이유와 공부하는 방법등을 진솔하게 풀어내었다.

가정 주부. 예전에는 많은 여성들이 직업으로 삼고 떳떳했던 직업이었으나 요새는 사회로 나가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경단녀에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다. 주부로서 아이를 육아하고 교육하며 집안을 알뜰살뜰 꾸려나가도 결국 자기자신은 없는 삶을 산 경우가 많았다. 가정주부의 노동력은 폄하되고 집에서 노는 취급 당하기 일수이다. 그래서 스스로 나섰다. 자기 자신을 찾기위한 노력으로 인문학을 배우기로 선택했다.

3명의 공동 저자는 책을 읽고 공부하며 글도 쓰며 토론했다. 돈을 벌기 위한 일로, 학위를 성취하기 위한 공부도 아니었다. 스스로 수행하기 위해서 재미가 있어서 나를 찾기 위해서 공부했다.

고전문학, 철학, 종교, 역사 등등 다양한 분야를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분야로 선택했다.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서 나 자신을 찾기위해서 다양한 이유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스스로 공부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엄마가 공부하면 가정이 바뀌고 사회가 변화합니다 라는 문구처럼 주부가 공부하는 이유와 방법이 나온 책이다. 인문학 공부가 하고는 싶은데 막막하다 싶은 주부라면 먼저하고 있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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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 고미숙은 내가 공부해야 할 곳이라 믿는 학교가 결국 눈앞의 실리가 보이지 않으면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 사유하지 못하는 지적 주체를 양산한다고 비판했다. 공부는 눈앞의 실리가 따라가는 것과 과감히 결별하고, 낮설고 이질적인 삶을 구성하는 것, 더 나아가 삶과 우주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P.44 <명상록>에서 마르쿠스 아르렐리우스는 칭찬을 받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지 말고, 모욕을 당했다고 괴로워 움추려들지 말고,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여 자기를 파악하라고 권한다. 칭찬, 모욕과 상관없이 스스로 즐기는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했다면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평가가 아닌 스스로의 만족이다.

P.55 글쓰기를 잘하려면 관심과 애정을 갖고 내 일상을 둘러볼 수 있어야 했다. 책 몇 권 읽고 좋은 구절 차용해서 쓰는 글은 내 글이 아니었다. 한 구절을 읽더라도 나는 어떻게 느꼈는지, 어떤 질문을 만들었는지를 떠올리지 못하면 내 글은 한 줄도 나갈 수 없었다. '나를 보이는 글쓰기'가 되려면 내 삶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었다.

P.76 소위 말하는 '내공'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만 생각하던 삶에서 인간으로서 보다 올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삶으로 옮겨 간다 공부를 중심으로 삶을 재배치하면 자연스럽게 소유가 불필요하게 여겨진다. 공부는 돈의 가치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고, 나에게 직접적인 이득이 없는 일에도 관심을 잃지 않는 동력을 제공한다.

P.193 아이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부모가 얼마나 인정해 주는 것이 성공 경험이다. 지금 해낸 일이 무엇이고 얼마나 큰 성취인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말 애썼구나!' 몇 마디 말로 충분하다. 아이는 점차 자기 내부에서 성취를 격려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스스로 자랑스럽게 공부하는데 이루지 못할 성취가 있을까.

P.203 토론하는 분위기, 궁금한 것은 언제나 묻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가족의 문화 속에서 자란다면 그 아이는 부모에게 어떤 유산보다 큰 유산을 물려받은 셈이다. "네 생각은 무엇이니?"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어때?"라는 질문을 받고 자기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고 자기가 말한 의견이 가족의 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실천되는 경험을 한다면 공부가 충실한 삶으로, 행복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다.